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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의 탄생 이야기, 나폴레옹의 전쟁에서 시작된 보존식품의 혁명

by 주부의밥상 2025. 5. 7.

통조림의 탄생 이야기, 나폴레옹의 전쟁에서 시작된 보존식품의 혁명
통조림의 탄생 이야기, 나폴레옹의 전쟁에서 시작된 보존식품의 혁명

1. "전쟁은 배고픔과 함께 온다" – 나폴레옹의 고민

1800년대 초반, 유럽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군사 작전으로 들썩였습니다. 그는 탁월한 전략가이자 행정가로, 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며 짧은 시간 내 제국을 일구었죠. 그러나 그런 나폴레옹에게도 고민은 있었습니다. 바로 군대의 '식량' 문제였습니다.

 

군인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훈련, 전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배를 든든히 채워야 했습니다. 당시 병사들이 주로 먹던 식사는 말린 고기, 염장 식품, 딱딱한 비스킷류였는데, 대부분 영양이 불균형하고 부패 위험이 컸습니다. 먼 지역으로 진격할수록 음식은 상하기 일쑤였고, 병사들은 식중독, 괴혈병, 영양실조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음식이 병사들을 먼저 죽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죠.

 

이에 나폴레옹은 1795년, 혁신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병사들이 언제 어디서든 따뜻한 식사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그렇게 프랑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존식품 개발 공모전을 개최하고, 우승자에게는 무려 12,000 프랑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걸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수천만 원 이상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 군사 장비가 아닌 '음식 기술'을 개발하라는 지시, 참으로 진보적이지 않나요?

2. 최초의 통조림은 캔이 아니라 '유리병'이었다!

그 공모전에 도전장을 낸 이가 있었으니, 프랑스 출신의 요리사이자 과학적 실험정신이 투철했던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입니다. 그는 무려 15년에 걸쳐 수많은 실험을 거듭한 끝에,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냅니다.

 

그는 음식을 유리병에 넣고 밀봉한 뒤, 물에 담가 일정 온도로 가열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멸균 통조림’의 원리와 동일한 방식이었죠. 이 방법을 통해 음식은 미생물 번식을 막고 장기 보관이 가능해졌습니다. 심지어 고기, 채소, 수프 등 대부분의 식품들이 그 형태와 맛을 유지한 채 몇 달 이상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1810년 니콜라 아페르는 ‘장기 보존이 가능한 식품 제조법’을 기술한 책을 출간하며 그해 공모전 우승자가 됩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에게 공로 훈장과 상금을 수여받았죠.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니콜라 아페르의 방식은 유리병을 사용한 것이었기에, 전쟁터에서 들고 다니기엔 매우 불편하고 위험했습니다. 깨지기 쉽고 무거웠기 때문이죠.

 

이를 보완한 것이 바로 영국의 피터 듀랜드(Peter Durand)입니다. 그는 같은 해인 1810년 주석 코팅된 철제 용기, 즉 ‘캔’을 발명하고 특허를 등록합니다. 이로써 통조림은 진정한 의미의 현대형 보존식품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후 미군과 유럽 군대에 본격 보급되며 군수 식량 체계의 표준이 됩니다.

3. 총알보다 무서운 건 음식이었다

통조림은 단지 한 명의 요리사가 만든 기술을 넘어서, 전쟁의 풍경 자체를 바꿨습니다. 과거 전쟁에서는 군사력 못지않게 병참 능력, 즉 보급이 중요했는데, 통조림은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 크림전쟁이나 남북전쟁에서는 통조림 식량이 전선에 투입되었고, 1차·2차 세계대전에서는 아예 식량을 '무기화'하는 전략이 통조림을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통조림 덕분에 병사들은 균일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었고, 사기와 생존율도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이 통조림은 전쟁 이후 일반 가정으로 퍼지게 됩니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미국에서 들여온 ‘스팸’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인의 밥상에도 올라오게 되었고, 지금도 김치찌개, 도시락, 주먹밥의 단골 재료로 사랑받고 있죠.

 

현대에는 우주식량, 캠핑 음식, 군용 전투식량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으며,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에도 안전하게 음식을 저장하고 유통할 수 있는 위대한 발명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4. 배고픔이 만든 위대한 기술

오늘날 우리는 슈퍼에서 흔히 보는 통조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그 기원은 전장을 누비던 한 황제의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은 무기보다 더 강력한 ‘음식’을 원했고, 니콜라 아페르의 창의력은 그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유리병에서 철제 캔으로, 병사들의 식탁에서 오늘날의 도시락까지, 통조림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존, 편의, 영양을 지켜왔습니다. 이 작은 금속 캔 속에는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역사, 과학, 전략이 녹아 있는 셈입니다.

 

다음에 통조림을 따게 될 때, 그 안에 담긴 200년 전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세요.

 

작은 캔 하나에도 인류 문명의 발자취가 숨어 있으니까요.